ESSA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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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의 이름은 S!
제가 타투이스트로 만난 사람들을 연재합니다! 1) 그녀의 이름은 S! 벌써 알게된 지 6년차로 접어드는 친구이다. 글을 쓰고나서 알게 된 건데 생각보다 꽤 큰 존재로 있었구나 나에게,ㅎㅎ 그녀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참 많다. 멀티로컬인, 비건인 등등 같이 짬뽕과 짜장면을 먹다 옆 테이블의 새 탕수육을 먹으면 안되겠냐고 묻곤 받아먹으며 히히덕 꺄르르 같이 웃었었는데 이제는 채식의 길을 걸은지 꽤 된 어엿해졌네! 하고픈 것도 해내는 것도 많아 늘 신기한 탱탱볼같다. 바닥에 부딪히기만 하면 알아서 튀어오르는 것처럼 날것의 에너지가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이곳저곳을 다양히 살아보았는데 그것이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돌파에 굉장히 많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정의하는 자신만이 정말 자신..
2021.05.26 -
인사이트) 지그재그출세
우리 멤버들은 다른 업계에서 이직해 온 경우가 많다. 동종 업계 사람은 상식이란게 장착돼 있기에 오히려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른 살이 넘도록 키보드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도 우리에겐 딱 들어맞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언젠가 친구녀석이 '난 사선출세를 할거야'라 말한 적이 있다. 사선출세? 수직출세는 기존에 보던 출세 스타일이다. 과장/ 부장/ 임원을 거쳐 계속 위로 가는 것으로, 지금까지 조직에서 살아남는 유일무이한 방식이었다. 거기서 벗어나면 '라인을 벗어났다'란 표현을 쓴다. 악마같은 말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재기가 불가능해진다. 이 광경을 몇 번이고 목격했다. 차기 부장감으로 주목받던 선배가 임원실로 불려가더니 지방 파견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당사자는 망가졌으며 주위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
2021.05.21 -
잠든 너와 보내는 시간
늘 상상으로만 그치는 장면이 있어, 네가 잠든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거지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기도하고 곧은 손가락이 콧잔등을 타고 내려와서는 입술을 건드려보기도 할거야 슬며시 귀를 갖다대기도 하고.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의 소리를 들어야하니까 그러다 못참고 혼자 둘만 아는 말들을 곤히 속삭여. 또 부드러운 손등을 한없이 쓰다듬고는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꼈다가, 뺐다가 하기도 해 우리의 수면주기는 각각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처럼 잘 맞지않고 피곤함을 느끼는 주제도 달라서 같이 잠들기가 참 어려워 대부분은 내가 깨있곤하지 그래도 잠든 네 모습은 늘 여전히 곤해 계속 보고싶어 어차피 반대라해도 잠들어 있으면서 나를 지켜보는 너를 볼 순 없으니 아마 영원히 알 수 없는 시간으로 남겠지만 나는 저렇게 보냈..
2021.05.09 -
네가 없고서는 아무것도 있을수가 없던거였어
익숙함에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 아 들을 때마다 귀하지 모두에게 참 필요한 말이야 근데 있잖아 잃어버리고서야 알게되는 소중함도 있다고 생각해 분명히 있어. 이번에 겪었던 일이야 우리 집의 작은 검은고양이는 이유 모를 염증에 시달렸지 수술을 하게되어 집을 비웠는데, 그 하루가 정말 어찌나 길다랗던지. 새벽에 물을 뜨러 가다 또다른 우리집의 얼룩무늬 고양이가 스윽 지나가는 것을 보고 순간 나의 검은 고양이인줄 알았어 여기 있을리가 없다는 걸 정말 잘 알고있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그 아이인 줄 착각하고 바로 뒤 무척이나 공허해졌다니까. 같은 집에 있을 때 너무 당연하게 주어지던 보드라운 털, 따스한 살결. 골골대던 목젖까지 그 아이가 없고서는 아무것도 있을 수가 없던 거였어 예전에 비슷하게 썼었던 일기도 있더..
2021.05.08 -
새우튀김 사이에 꽂았던 앙증맞은 초
우리를 기념하며 새우튀김 사이에 꽂았던 앙증맞은 초 다 먹고난 책상 위에는 치워야 할 것들이 하나씩 없어지는데 초를 집자 웬일인지 그걸 챙겨간다는거야 왜? '누구한테 배웠어~'라며 히죽거리던 순간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지은이는 참 별 게 다 의미고 기념이야~'랬으면서 그걸 흡수해버리다니 있지 그런 찰나 조차도 내겐 너무 소중해서 눈에 꼭꼭 담았어 마음만 먹으면 눈을 감은채 재생할 수 있을만큼 우리는 모든 것을 얼마든지 사각형 안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지만 지금처럼 미처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을 땐 말이야 이렇게라도 꾹 눌러담아서 마음 안의 스프링노트 한 면에 끼워놓아야 하거든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2021.05.08 -
아직도 둘은 어색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있어
가끔씩 떠올려보는 지금은 꽤 멀어진 날이 있어 이유는 너무 행복해져서. 그래서 많이는 아니고 어쩌다만 떠올려야 해 생각하지 않는 기억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되돌리는 기억도 닳을 수 있거든 아직은 서먹하고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에 있던 날이었고 그 사실에 어쩔 줄 몰라하며 혼자 손을 꼬았지 슬슬 서늘해서 따뜻한 음료가 어울리는 밤이었어 저 멀리 보이는 대교의 V자 조형물 사이로 반달이 콕 걸려있었는데 이를두고 나는 젓가락 사이에 낀 단무지라 했고 넌 절묘하다며 많이 웃었었잖아 동시에 난 사진을 찍는 중이었고 네가 앉아서 그러는 날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조금의 민망함에 시선을 이리저리 휘휘 돌리다 네모 안에 들어왔던 가로등 밑등에 대고 셔터를 눌렀지 단순한 벽돌바닥이지만 그 순간 분위기가 참 맘에 들어서였..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