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LOV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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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너와 보내는 시간
늘 상상으로만 그치는 장면이 있어, 네가 잠든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거지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기도하고 곧은 손가락이 콧잔등을 타고 내려와서는 입술을 건드려보기도 할거야 슬며시 귀를 갖다대기도 하고.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의 소리를 들어야하니까 그러다 못참고 혼자 둘만 아는 말들을 곤히 속삭여. 또 부드러운 손등을 한없이 쓰다듬고는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꼈다가, 뺐다가 하기도 해 우리의 수면주기는 각각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처럼 잘 맞지않고 피곤함을 느끼는 주제도 달라서 같이 잠들기가 참 어려워 대부분은 내가 깨있곤하지 그래도 잠든 네 모습은 늘 여전히 곤해 계속 보고싶어 어차피 반대라해도 잠들어 있으면서 나를 지켜보는 너를 볼 순 없으니 아마 영원히 알 수 없는 시간으로 남겠지만 나는 저렇게 보냈..
2021.05.09 -
새우튀김 사이에 꽂았던 앙증맞은 초
우리를 기념하며 새우튀김 사이에 꽂았던 앙증맞은 초 다 먹고난 책상 위에는 치워야 할 것들이 하나씩 없어지는데 초를 집자 웬일인지 그걸 챙겨간다는거야 왜? '누구한테 배웠어~'라며 히죽거리던 순간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지은이는 참 별 게 다 의미고 기념이야~'랬으면서 그걸 흡수해버리다니 있지 그런 찰나 조차도 내겐 너무 소중해서 눈에 꼭꼭 담았어 마음만 먹으면 눈을 감은채 재생할 수 있을만큼 우리는 모든 것을 얼마든지 사각형 안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지만 지금처럼 미처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을 땐 말이야 이렇게라도 꾹 눌러담아서 마음 안의 스프링노트 한 면에 끼워놓아야 하거든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2021.05.08 -
아직도 둘은 어색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있어
가끔씩 떠올려보는 지금은 꽤 멀어진 날이 있어 이유는 너무 행복해져서. 그래서 많이는 아니고 어쩌다만 떠올려야 해 생각하지 않는 기억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되돌리는 기억도 닳을 수 있거든 아직은 서먹하고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에 있던 날이었고 그 사실에 어쩔 줄 몰라하며 혼자 손을 꼬았지 슬슬 서늘해서 따뜻한 음료가 어울리는 밤이었어 저 멀리 보이는 대교의 V자 조형물 사이로 반달이 콕 걸려있었는데 이를두고 나는 젓가락 사이에 낀 단무지라 했고 넌 절묘하다며 많이 웃었었잖아 동시에 난 사진을 찍는 중이었고 네가 앉아서 그러는 날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조금의 민망함에 시선을 이리저리 휘휘 돌리다 네모 안에 들어왔던 가로등 밑등에 대고 셔터를 눌렀지 단순한 벽돌바닥이지만 그 순간 분위기가 참 맘에 들어서였..
2021.05.06 -
분명 분명 바보가 돼버려!
정말 그래, 참 흔한 말인건 알지 온갖 가사에도 책에도 너무 많이 널려있잖아 그럼에도 널 만난 뒤 집에오고 나의 하루를 마저 정리하다보면 꼭 못다한 이야기들이 구석에 켜켜이 쌓여있는 걸 보곤 해 이전부터 쌓이고 쌓이다, 몇 개는 까먹고 몇 개는 변형된 내게 중요하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왜 늘 똑같이 까먹고말까. 넌 늘 어느정도의 긴장을 띄게 하는 사람이야 사실 한 편으론 이야기들이 마구 알아서 튀어나오게되는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어 하지만 이런 사람 한 명 쯤 있는 것도 좋잖아 어렵지만 좋아하는 사람. 정말 유일무이하단 말이지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