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둘은 어색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있어
2021. 5. 6. 03:06ㆍESSAY/LOVE
가끔씩 떠올려보는 지금은 꽤 멀어진 날이 있어
이유는 너무 행복해져서.
그래서 많이는 아니고 어쩌다만 떠올려야 해
생각하지 않는 기억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되돌리는 기억도 닳을 수 있거든
아직은 서먹하고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에 있던 날이었고
그 사실에 어쩔 줄 몰라하며 혼자 손을 꼬았지
슬슬 서늘해서 따뜻한 음료가 어울리는 밤이었어
저 멀리 보이는 대교의 V자 조형물 사이로
반달이 콕 걸려있었는데
이를두고 나는 젓가락 사이에 낀 단무지라 했고
넌 절묘하다며 많이 웃었었잖아
동시에 난 사진을 찍는 중이었고
네가 앉아서 그러는 날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조금의 민망함에
시선을 이리저리 휘휘 돌리다
네모 안에 들어왔던 가로등 밑등에 대고 셔터를 눌렀지
단순한 벽돌바닥이지만 그 순간 분위기가 참 맘에 들어서였는데
후에 너도 그 사진이 특히 좋았다고 말해줬어
나는 마음이 서로 손을 잡고 악수라도 한 것마냥
반달과 똑같아진 내 눈을 숨길 수가 없었지
그 날의 우리를 기억해
내 마음 안의 둘은 아직도 어색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어
속으로 어떤 생각들이 오고가는지는 여전히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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