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8. 03:21ㆍESSAY
익숙함에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
아 들을 때마다 귀하지
모두에게 참 필요한 말이야
근데 있잖아
잃어버리고서야 알게되는 소중함도 있다고 생각해
분명히 있어.
이번에 겪었던 일이야
우리 집의 작은 검은고양이는 이유 모를 염증에 시달렸지
수술을 하게되어 집을 비웠는데,
그 하루가 정말 어찌나 길다랗던지.
새벽에 물을 뜨러 가다
또다른 우리집의 얼룩무늬 고양이가 스윽 지나가는 것을 보고
순간 나의 검은 고양이인줄 알았어
여기 있을리가 없다는 걸 정말 잘 알고있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그 아이인 줄 착각하고
바로 뒤 무척이나 공허해졌다니까.
같은 집에 있을 때 너무 당연하게 주어지던
보드라운 털, 따스한 살결. 골골대던 목젖까지
그 아이가 없고서는 아무것도 있을 수가 없던 거였어
예전에 비슷하게 썼었던 일기도 있더라고
/무엇이든 잃고나서 울어봐야 그만큼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정말, 너무 서럽게 울고나서야
아 이만큼씩이나 였던거야?하고 문득 생각하게 되더라니까
그래서 잃고나서야 알게되는 소중함도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생각해
정말 잃어봐야지만이 맛 볼수 있는 농도의 슬픔을 말이야
그때서야 급해진건지 수술하러 들어가기 전의 똘망한 눈빛을 보면서,
그 찰나를 얼마나 담으려 했는지 몰라
기억하려 했는지 몰라. 뾰족한 귀의 모양도 발톱의 웅크림도.
이번에 너를 아스라이 잃을뻔 하면서 나는
나중에서야만 알 수 있는 그 마음을 충분히 곱씹게되었어
보드라운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어찌나 감격했는지몰라
‘집에 돌아와주어 고마워. 잘 왔어. 네가 다시 와서 정말로 기뻐.
여기에 앉아서 평안히 작은 숨을 쉬는 모습이 정말로 행복이야.
그동안 나에게 아낌없는 안정을 주고 있었구나.
어제 새벽 그 하루가 얼마나 허전하고 길을 잃은 듯 했는지 몰라.
사랑해. 사랑해.’
그렇다고 또 늘 이 마음처럼
하루만에 다시 집에 돌아온 널 보는 마음처럼
매일매일 네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아
일기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어째 과거의 나보다 똑똑지 못하니말이지
그래서 늘 보려고 해
이 글을 적어두고 자주 보려고 해
새벽에 타이핑을 하거나 책을 읽는 와중 네가 나를 찾아와
문 틈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며 톡-나는 소리가 주는 생각이
물을 마시고 있으면 다리에 달라붙어 비비적대는 꼬리가 주는 감각이
각자가 내게 정말 유일한 기쁨이라고
미래의 내가 꼭, 지금만 같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