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_ 박용희

2020. 6. 20. 15:11READING/BOOK

 

 


낮12시 책방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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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마찬가지다.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막상 둘러보면 늘 피할 길은 있었다. 길은 길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어떻게든 계속 연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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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이 뿜어내는 삶의 에너지가 좋았다.

그들의 정직한 노동을 보고 있노라면 내 심박수도 뜨겁게 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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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준비하며 꼭 지킨 마음가짐

1)조명은 어둡게. 우리는 대부분 너무 밝은 빛 아래서 사니까

2)서가 옆방은 나의 작은 개인 공간. 나의 작은 안식처

3)책은 너무 많지 않게 적당히

4)싱크대. 서점의 확장성 확보. 이 유무가 꽤 큰 차이를 만든다

5)서점 밖 입구활용. 절대 버리는 공간이 되게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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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이 결과물이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들인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결국 결과물 딱 하나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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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이들은 많아도 ‘우정’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는 딱히 꼽을 수 없던 나로서는

이 곳에서의 첫 인연인 아주님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

지금껏 몰랐던 이런 관계도 가능하다는 걸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 준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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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용서점의 모든 모임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책임감 확보는 다른 방식으로 풀면 되는 일이다.

그저 글을 읽고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삶의 배경이나 환경이 장애물이 되지 않는 모임이고 싶다.

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모여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쌓이고 흘러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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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무목적성’이다.

참석한 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알고, 그 다름으로 인한 거리를 굳이 좁히려 애쓰지 않는다.

함께 뭔갈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도 않는다.

글을 쓰지만, 이 글로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은 없다.

좋은 글들을 베끼지만, 그렇게 필사한 것들이 후에 무엇이 되리란 기대를 갖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갈 함께 하는 것이 좋아 사람들은 모인다.

혼자인 사람들을 위한 사업이 어느때보다 흥행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동시에 참 희한한 일은, 우리 모임에 사람들이 자꾸 모여든다는 것이다.

왜? 나는 이들이 이곳에서 경험했던 ‘운김’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김. 순 우리말로,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모임에는 이런 힘이 있다. 함께일 때만 얻을 수 있는 위안과 깨달음, 재미.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목적’이 이끄는 모임들만 가져왔다.

그러니 이제는 뭔갈 이뤄야 한단 부담이 없는 모임이 필요하다. 그저 ‘같이’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때, 모두는 더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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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밖엔 운동할 시간이 없는 누군가가 있듯, 밤 11시가 되어야만 책방에 들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표준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돈 안되는 장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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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에서 각자 쿠키를 구워오거나, 캐리커쳐를 그렸다.

용서점은 선물하기 좋은 책을 가려 안보이게 포장해, ‘비밀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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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는 소셜다이닝 모임, 동네플리마켓, LP음감회 등

책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모임들이 결국 사람들을 서점에 내딛게 한다.

실제로 이를 계기로 읽고 쓰는 모임에 참석하게 된 손님들도 있다.

책을 팔기 위해 서점에서 하는 일이 훨씬 다양해진 시대다.

결국 서점에서 하는 모든 모임과 행사는 궁극적으로 독자들을 개척(양성)해 나가는 일이고, 비독자를 독자로 바꾸는 일들이다.

나는 이 작업에 대해 골몰하며, 꾸준히 이뤄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냥 동네사람이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건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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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마켓. 이 일은 ‘용서점’이란 브랜드를 운영해 가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진행한 행사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수익 생각을 안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수없이 고민하며 시도하겠지만,

적어도 오늘처럼 ‘꼼수’는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간 차곡차곡 쌓아 온 이곳의 이야기를 스스로 흐트러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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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세상엔 잘 몰라서 해내게 되는 일들도 있다. 모르니까 겁 먹을 새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위의 문구 중 우정에 대한 문장이 나의 그것을 생각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지만 그 중 ‘우정’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

나에겐 누가 그렇지?

를 생각하다보니 나에게 우정은 뭘까?가 돼서

 

먼저 확실히 우정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해봤다

 

한번이라도 관계에서 벅참을 느낀 사람,

만나면 딱히 뭐 하지않아도 재밌고 좋은 사람

 

지금의 나는 저렇게 꼽자면 딱 10명인데

사실 애매한 사람도 꽤 많다

우정이란 것도 아주 복잡한 녀석이구만 !

 

 

그러고보니 이 에세이도 결국은 '창업이야기'잖아 ??!

이걸 읽으며 자연스레 커진 관심사일까?

신기하다

역시 책은 좋아 값진 이야기들과 영감과 관점을 마구마구 얻을 수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