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2021. 5. 8. 03:41READING/BOOK

 

 

 

 

4월은 무려 4일이나 남겨놓은 채 이달의 책을 완독뿌셔했다🤗📚

2021 읽은 책이 벌써 다섯 권이라니 오마이갓 .... 작년보다 많을걸ㅠㅋㄱㄱㅋ

 

 

 

이 책과의 만남은 우연히 둘러보던 신간 도서 코너에서!

여기서 집는 책은 모두 내가 처음 읽어주는 책이 될테니 뭔가 더 뜻깊달까.

헌 책도 좋지만 이런 의미에서는 새 책이 좋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아흔살 슈퍼우먼'이라는 문구가 책을 집어들게 했지

읽다보니 뭔가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건줄 알았는데 '정인하'라는 분의 작품이었다는

무채색이지만 섬세한 명암과 간단하면서도 귀여운 표현방법이 책을 읽다 가끔 유심히 들여보게도 하였다. 

이런 간단스런 그림들이 오히려 어렵다니까는?! 

참 책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마케팅에 정말 중요한 한 몫을 하는 것 같아 

 

 

 

읽으면서의 포스트잇 갯수는요? 8개! 

할머니를 돌보며 쓴 글이다보니 쉽게쉽게 빨리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유난히 감명깊은 구절?보다는 나도 같이 마지막을 함께 지내며

치매를 앓다 떠나보낸 증조할머니가 많이 떠오르더라는 것🥺

훌찌럭

정말 사람에 대한 모든 후회는 늦지 ., ,.., 

 

 


할머니의 곁을 지키며 돌보는 나를 사람들은 내가 착하다고 한다. 나를 키워주셨던 어른에 대한 자식의 도리, 함께 시간을 보낸 손주의 애정, 당장 바쁘지 않은 내가 해야한다는 의무감, 혹여나 돌아가시면 이 시간을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늙고 힘없는 약한 존재를 지켜야 한다는 젊은 인간의 도의적 책임.

할머니를 돌보는 내 마음이 항상 선의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종일 집에만 있어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착한효녀'라는 칭찬이 나를 가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상황 자체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도 잘못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기에 나도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손녀한테는 짜증도 안내고 화도 안내요. 딸이랑 또 다른가봐요.'

'손녀딸이 잘해주나 보죠. 치매 환자분들은 이성이 퇴화하기 때문에 애들이랑 똑같아요. 본능적인 것, 특히 감정이 굉장히 예민해져요. 힘드셔도 소리 지르지마세요, 진짜 큰일납니다.' 화내도 기억 못하시겠지.란 생각은 위험하다. 기억은 사라져도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그날 왜 그렇게 아가를 불렀는지 나는 여전히 모른다. 그 아가가 나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할머니에게는 우리 모두가 아가니까. 그날 할머니 손의 감촉과 목소리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나는 조각난 기억밖에 갖고 있지 않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은 완전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나라는 사람이 성장한 시간을 연결된 형태로 기억하고 계신 분이다. 그런 할머니가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놓아버리고 있다. 기억이 없는 시간, 아가의 시간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기였던 시절을 간직한 채, 나를 아가라 부르며 할머니는 어느새 아기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은 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려하고 어른이 된 뒤에도 늘 몸과 마음을 부풀리려 애쓰지만 결국은 모두가 그렇게 작아지고만다. 어린 시절을 지나 점점 또렷해 지던 어른의 기억은 서서히 흐려지고 가까운 기억부터 차례로 떠나간다. 모두가 작아지고 약해지다 끝내 아기가 되는, 나 역시 그럴 것이다. 


할머니는 여성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를 살았다. 할머니가 표출할 수 있는 욕망이란 스스로에 대한 것이 아닌 가족들에 대한 욕망이었다.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인정하는 욕망은 '어머니로서의' 욕망뿐이었을 것이다.


'내가 시방 니 애비 없어봐라! 어떻게 살어! 어디서 얻어먹어. 아들 있으니까 얻어먹는 것도 가시 먹는 것 같진 않지.' 할머니는 딸들이 무사히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아야 '가시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남성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루고, 그 안에 귀속되는 것이 할머니 시대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할머니는 그런 세상에서 자랐다. 그런 삶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머니는 배우지 못했고, 당신의 상황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시선도 갖지 못했다.

할머니가 며느리와 손녀에게 알려주려고 한 것은 딸로서, 며느리로서 겪은 서러움이 아니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할머니는 당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딸과 며느리와 손녀의 안위를 걱정한 것이다. 할머니가 살아왔던 시대와 당시 보편적으로 깔려있던 생각들은 분명히 틀렸다. 하지만 그 잘못된 생각 안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 


'엄마는 그래도 후회가 없어. 할 만큼 한 것 같아.' 할 만큼 해서 할머니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말하던 엄마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조문을 오시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고 거동도 못해 누워만 있던 할머니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노력을 하신 분들이었다. '어머님 기저귀 갈아주다보면 가끔 나 보면서 이렇게 눈물 고여 있었어. 말은 못 하시고.' 그분들이 할머니를 지키고 보내드리며 흘린 눈물의 의미, 그리고 자신을 돌보던 이들을 보던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그저 짐작만 해볼 뿐이다. 


할머니의 삶과 말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며 나는 비로소 눈을 뜨고 귀를 열 수 있었다. 할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흘려듣고 말던 어른의 옛날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속한 세계의 이면을 바로 보고 듣게 하는 각성의 언어였다. 나와 내 가족, 내가 속한 이곳의 본모습을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과정을 부끄러웠고, 괴롭기도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거나 알지만 포기가 관성이 된 앞선 세대에게 이런 생각을 전하는 것도 힘겨웠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으로 타협점을 찾고 싶었다. 

아픈 할머니를 가까이서 돌보고 대화하며 가족들은 분명 변했다. 완전한 이해는 할 수 없지만 함께하기 위한 방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안다.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늘 부족하다는 것을.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사라진 나의 이름을 당연하게 여겼던 열일곱의 나와 손주들의 이름을 나이 순서대로 고쳐쓰던 내가 다른 것처럼, 또 다른 각성의 언어는 나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 책을 훗날 읽었을 때, 글에 담긴 내 생각이 얕고 철없어 뒤늦게 부끄러워질까봐 조금은 두렵다. 그러나 내 생각이 세월과 함께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두려운 일일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더 높은 기준을 가질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용기 내 글을 썼다. 


 

 

 

마지막 말이 특히 내게 남아서 오는 길을 걷는데도 생각이 났더랬다. 

지금의 이런 행동, 말이 훗날 부끄러워질 수도 있지만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 그것 또한 당연한 것이라고. 

 

할머니를 돌보며 가족들이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든, 엉뚱한 것에 서운해하든, 자기 입장만 생각하든

미우나 고우나 가족은 가족임을 깨달아갔던 것이 할머니가 주신 최고의 선물 아니었을까!🎁 

또한 작가님의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도 무척 아름답다. 

읽기엔 너무 쉬운 것이어도 행동엔 분명 너무나 많은 침묵과 결심과, 분노가 필요했음을.

 

 

너무 귀여운 글과 또 너무 귀여운 일러스트의 콜라보

 

세상엔 '아픈 사람'의 이야기보다 '간병하는 이'의 이야기가 훨씬 적을 것이다. 게다가 친손녀의 간병일기라니!

난 할머니랑 지내면서도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만큼 다뤄지지 않았던 영역이기에 작가님이 희소성있는 틈을 잘 찾은 것 같다.

최근 어디선가 들었던  '나의 특별함을 믿기. 내가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곧 나만이 발행할 수 있는 콘텐츠임을 믿고, 그냥 해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두고 그 말이 다시 한번 생각이 났다. 

어떻게보면 곧 나에 대한 굳건하고 올곧은 믿음이기도 하지. 

 

정말 뭐든지 콘텐츠가 될 수 있고, 가치가 될 수 있다! 

평범하게 보냈을 수도 있는 시간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려 고민한 영특함에 괜히 나까지 기특했던 책이다

나도 언제나 호시탐탐 노려야지. 무인도 프로젝트 처럼!🌊

 

 

 

 

 

덧) 치매는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영이 합쳐진 말이었단 것도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 윤이재,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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