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 02:47ㆍ모아놓기
기어코 찾아와버린 나의 마지막 학기
그 학기의 수업 중 하나였던 신화와 문화콘텐츠!
개인적으로 점수를 신경쓰지 않고 흥미를 느껴본 오랜만의 수업인 것 같아 글로 정리해 남겨두려한다
어떻게? 기말고사 답안에 살을 붙여서!🤓
1. 신화란 무엇인지 쓰시오.
신화는 경전에 나오는 유일신의 이야기가 아닌 신‘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등장하는 신들은 아웅다웅 싸우거나 사랑을 나누는 등 매우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건 곧 인간세상에 대한 비유라고 볼 수 있다.
‘神화’지만 결국 인간에 방점이 찍힌, 인간을 위한 이야기이자
세계를 이해하고픈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가 신화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이다.
지금시대와 신화를 분리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저 문장에 있다.
나 또한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신화? 지금 그것을 읽는 것이 무슨 효용일까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라고해서 정말 신이 내려준 이야기도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저런 단정을 짓고 있었네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만한 계기의 부재였겠지!
결국 주인공들을 신으로 다뤘을 뿐, 이야기를 지은 건 인간이고 자연스레 그 이야기에는
인간 군상인 자신들의 모습들이 투영되었기 때문에, 신화란 지금 시대까지도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형식적 특징을 살펴보자면 신화는 초월적 시간, 신성한 장소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주로 태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세계, 자연, 민족, 국가 등이 증거물로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신이거나 그 능력에 비하는 영웅이 등장하게 된다. 숭고하고 신성하게 여겨지며 민족적 범위로 전승이 된다.
나는 신화는 곧 역사라고 생각한다.
신화라는 것을 배우고 찾아보게 될수록 이 이야기가 ‘지어진 그때’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고,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접하다보니 ‘어떤 일이 있었고 이렇게 전쟁이 났고..’ 같이 학교에서 배웠던 [사건의 역사]가 아닌,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했었고 어떤 것을 두려워했으며, 어떤 것이 상식으로 통용되었는지 등의
정말 [과거에 있던 일로서의 역사]를 배우는 것만 같았다.
‘곰에서 왕으로(수업 도서)’를 읽을 때는 마치 그 사람들이 직접 말해주는 것 같다고 느낀 적도 있었을만큼
기존에 배워왔던 역사보다 더 생생히 숨 쉬는 것 같이 느껴졌다.
또 단순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실제 사건이 구전을 통해 변형, 왜곡된 결과물로서의 신화도 구전된 만큼
또 하나의 신격화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는 점도 신화가 갖는 중요한 의의 중 하나가 될수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 신화는 ‘이야기’의 형태로 전승이 된다.
이는 단순히 사실만을 전하는 ‘사건’과는 다르게 ‘상상력’이 개입될 수 있는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있는 신화들(간빙기 때 바다의 수위가 높아졌던 일, 사후세계, 인간사회의 계급 등 같은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었다면 공통적으로 겪었을 일들로부터 비롯된 신화)일지라도
각 사회의 풍토, 생각에 따라 느낌과 결이 너무나 다르게 표현돼서, 그곳의 개성과 색채가 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로 전승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신화란 지금 수업을 듣는 우리처럼 하나의 주제를 놓고 진행한 과거의 대륙별, 나라별 조별발표의 결과물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야기의 주제와 흐름은 비슷할지라도 조별원들에 의해 각자 매우 다른 결과물이 나오니까 말이다.
2.『아트라하시스』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 신화가 가진 의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쓰시오.
아트라하시스 신화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없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우리 인간은 어떻게 창조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답하려 했던 이야기이고, 이 신화에서 나타난 대답은 ‘신들의 갈등으로부터’이다. 또한 ‘큰신/작은신/인간 이라는 삼분구조로 세계가 구성되고 만들어졌다’라는 세계관하에 전개되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신들은 노동을 하였는데, 모두가 아닌 작은 신들 이기기만 노동을 하였다. 이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졌고 파업을 하기까지 이르자 엔릴은 인간을 만들어 신의 멍에를 지도록 지시한다. 그렇게 신을 하나 죽여 신성하게 창조된 인간들은 시키는 대로 일을 했지만, 이들이 너무 시끄러워 또 신들은 불만이었고 징벌하려 역병을 돌게 하였다. 두 번째나 되는 재앙에도 인간은 끄떡없이 잘 살며 일을 했기에 신들은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또 이로인해 갈등한다. 인간과 신의 조화를 꾀하려 했던 엔키는 곧 홍수가 돌 것이란 긔띔을 아트라하시스에게 전해주었고 그는 정사각형으로 방주를 지어 배를 띄웠다. 그렇게 시작된 홍수는 인간뿐만 아니라 결국 큰 신들에게까지도 재앙이 된다. 일을 하는 존재가 없었기 때문. 그들은 갈증과 두려움을 느끼며 굶주리다, 홍수가 끝나고 도착한 제물에 파리 떼처럼 모여 게걸스레 먹고 결정내린 신을 비난했다는 이야기이다.
수업에서는 이 신화는 ‘우리가 신 앞에서 어떻게 경외하며 섬겨야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신의 세계에서도 인간이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왜 이 이야기를 지어냈던 사람은 신들의 세계에서도 우리 인간이 ‘중요하다’라는 걸 알리려 했을까?
나는 이 신화를 지어낸 이가 공동체의 우두머리격인 지위를 지닌 사람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홍수라는 크나큰 재난 후의 공동체가 맞이한 국면은 이전엔 없던 처참한 상황이었을 것이며 그전까지 이뤄졌던 모든 것들을 똑같이 유지하기 매우 힘겨웠을 수밖에 없다. 재산뿐만이 아닌 가족을 잃은 사람도 태반이었을 것이고 함께 일궈놓았던 사회적 인프라 등이 모두 휩쓸려갔을 테니까. 사람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다시 공동체를 복원해나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그 당시 결정권자는 신들을 잠시 빌려왔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고, 자신의 권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믿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냥 인간이 아닌 신들이 신성하게 만들어낸 존재인데다가 전지전능한 그들이 필요로 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힘을 내어 다시 공동체를 설립, 복원하자.’라는 메시지를 설파했을 것이다. 혹은 ‘우리가 빨리 다시 공동체를 복원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분노하여 이러한 재앙은 또 닥칠 것이다.’같이 공포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홍수’라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신화가 가진 의의는, 그 당시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도구로서의 이야기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융의 원형과 상징을 정의하고, 그것이 왜 신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쓰시오.
융의 원형은 단순히 ‘오래된 이미지나 모티프’가 아니라 의식될 수 없으며, 무의식적으로 전수되는 것이다. 용어적으로 말한다면 인간 정신 기저의 차원에 내재된 집단적인 사고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만들어진 어떤 책상을 두고 원형이라고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이는 이데아로서의 책상이란 개념이 아니라 그것이 실체로 직접 구현된 원형의 재현이기 때문이다. 즉 원형을 ‘실체’가 있는 기원, 출처, 원본 등과 같은 의미로 혼동할 수 없다. 지각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상징은 저 원형이 표상적으로 재현된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원형 자체를 직접 인식할 수 없으니 상징으로 재현된 것을 통해 ‘그 원형’을 간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융은 콤플렉스같이 증상이 ‘상징화’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진짜 문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어떤 상징이든 갑자기 일종의 원형에 의한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라는 것!
융은 신화, 종교, 꿈 등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테마와 형태 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신화에서 원형과 상징이 중요한 이유와 어떻게 연결이 되지? 왜 중요하지?
그에 표현에 의하면 모든 인간 정신 기저의 차원에 내재된 원형이 있는데 그것이 발현된 것 중 하나가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화 안에서 표현된 상징들이 의미하는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인간 정신 기저의 차원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신화에서 나타나는 상징을 통해, 원형을 찾는 시도를 할 수 있기에 신화에서 이것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4. 본인이 좋아하는 신화가 있다면,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참조하여 해당 신화를 자유롭게 분석・소개하시오.
어렸을 때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서’ 가장 먼저 접했던 신화는 도서관이나 학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딜 가나 꽂혀있던 그리스로마신화였다. 신화이야기 중에서는 가장 많은 편수의 책이었지만, 만화로 제작됐기에 부담 없이 완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일 잘 아는 신화는 그리스로마신화 밖에 없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에 나오는 신들을 모두 모아서 그들의 TMI들을 세세히 분석해놓은 ‘그리스신화 인물도감(신물도감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을 사달라고 떼써서 얻은 뒤, 애지중지 했던 기억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 도감을 하나씩 읽으며 내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지하, 저승의 신’이었다. 우리가 죽어서 간다고 믿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도 있다니, 사람은 왜 사후의 세계까지 상상하려 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저승의 신인 하데스
가 아니라 그의 아내인 페르세포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한다. 그녀는 꽃을 따던 중 난데없이 전차를 타고 나타난 하데스에 의해 납치돼 지하로 끌려간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보면 너무 화가나는 대목임에 틀림이 없다. 어쨌든 자신의 딸을 잃은 데메테르는 일손을 놓고 딸을 찾아다니느라 땅 위의 곡식들이 가물어 흉년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헬리오스에게서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제우스에게 항의해 딸을 돌려보내도록 하는데,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기 전 석류의 씨앗을 먹였고 그 대가로 그녀는 완전한 복귀에 실패해 지상과 저승을 오가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매우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하필 왜 ‘석류’일까 하는 부분도 그렇고, 이 이야기를 통해 왜 캐릭터로서 ‘지상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 때문이다. 또 그는 왜 납치를 한 존재를 자신의 아내로 맞았을까? 납치되어서 가는 곳은 부정적인 장소를 의미하는데 지금뿐만 아니라 예전의 사람들은 저승을 무서운 존재로 생각했던 걸까!
수업에서는 신화적 요소를 제거하고 이야기를 보면, ‘의도’가 있다라는 걸 배웠었다. 이 이야기에 숨겨져 있는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약간 시간분배를 잘못해서 여기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시험 끝나고 생각해봐야겠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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