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행복하거라.) 블루블랙에서

2021. 7. 15. 03:41모아놓기

 

 

대학 때, 기억나는 교수님의 말은 딱 하나다. 당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도 써두었는데 성격심리학 수업이였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라는 말이다. 노고로 똘똘 뭉친 몇 천만원을 들여 몇 년을 다닌 곳에서 고작 이말 하나 생각난다니 음 제법 고가의 말이다. 제자들아, 수수한 마음으로 도처에 깔려 있는 소소한 행복을 손쉽게 찾고 때론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툭하면 행복하거라 교수님의 바람 아닐까.

계절의 순환을 매년 겪으면서도 매년 신기하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구근 식물들이 특히 그렇다. 매년 봄이 될 때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발랄하게 알람이 울리는 저 시계 , 동그란 뿌리를 보면서 역시 자연의 베이스는 근면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먼지 쌓인 십년 전의 말을 하다가 갑자기 현재로 핸들을 꺾은 이유는 다시 돌아온 이 계절의 사랑스러운 날씨를 예찬하고, 그 날씨 속에서 의무적으로 타박타박 산책을 하는 것, 집으로 돌아와 고요한 가운데 이런 날들을 타닥타닥 써내려 가는 것이 교수님이 말씀하시던 행복의 빈도수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간이든,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나가서 걸을래? 라는 말을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요즘의 날씨. 한낮의 볕도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섭외한 것 같고 얇은 셔츠 사이로 살랑살랑 파고드는 따뜻한 저녁의 바람. 이런 것들을 경험과 느낌에서 마무리하지 않고 굳이 또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또한번 행복해진다. 

나를 축으로 오늘도 조용히 공전중인 행복과 불행들. 글쓰기로 행복의 빈도수가 높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에세이 커뮤니티 블루블랙에서 antifreeze님의 글 

 

너무 사랑스러워 이렇게 잊고 있던 일상의 찬란함을 일깨워주는 말과 글을 좋아한다. 두고두고 읽고싶어 저장해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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