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靈感의 시간

미지믄 2020. 6. 18. 03:03

 


 

       靈感  1)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 영상(靈想).

               2)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착상이나 자극. inspiration.

                                                                                                                         ┘

   

 

 

 

 

이 영감이란 단어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않고 불현듯 머릿속에 찾아와 울릴 때도 있지만,

나의 경우 그 빈도가 더 많거나 양질인 시간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①샤워를 할 때, ②불멍 때릴 때

 

 

①은 매일의 하루에 찾아오지.(아마도)

샤워기 손잡이를 올리고, 꼼지락거린 발가락으로 적절한 온도를 맞추고 나면

오늘은 어떤 향을 가진 바디워시를 집어들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평안하다

 

 

또 씻는다는 행위는

집에 빗댄다면 창을 열고 공기의 흐름을 순환시켜내는 것 같이
나도 모르는 무언가의 전환을 이뤄내기 때문에

노래를 틀어놓는 날도 있지만 가끔은 물소리에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러다보면 하늘에 있던 사자자리가 어느 순간 내 머리로 날아와 박히는 것이다

‘이거 좋겠다’ ‘저것도 재밌겠네’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혼자 어디까지 가는질 가만히 지켜볼 때도 있을만큼

 

 

 

 

 

 

/

②, 꽤 최근에 알게된 영감의 시간

트래픽의 방대한 흐름에서 헤엄치다 우연히 ‘불멍’이란 영상을 만났고

무심코 누르게 된 그 영상은 나를 작고 검은 방으로 초대해 주었는데

 

 

나오는 것은 그저 지펴지고 있는 불. 가끔 장작을 넣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슬며시 따듯한 화덕 근처에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마치 여기저기에서 온 누군가들도 함께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것만 같다

 

 

각자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근데 그게 차갑지는 않은

 

 

마냥 멍을 때린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타닥이는 소리에서 선율을 느끼고

눈을 감고 뜬다는 것의 감각이 새삼스레 느껴지거나

작고 기름진 주전부리를 가져와 입에 넣으며 또 바라보고

 

 

그러다 보면 내 안의 뭔가도

같이 지펴지고, 불이 붙어서 때지고 한 줌의 재가 되고

 

 

그래서 이것도 순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겐 무언가의 순환이 곧 영감의 시간인가봐

 

 

새카맣고 깜깜한 방안 속

모니터의 장작 불에서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빛에만 의지하다보면

금새 머릿속에는

또 얼마나 무수히 많은 사자자리가 날아오는지